새벽 세 시에 걸려오는 전화

당직을 서다 보면, 가장 깊이 잠든 시간에 전화가 울린다.
새벽 세 시. 어둠 속에서 벨 소리 하나에 눈이 번쩍 뜨인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짧다. "응급 제왕절개요."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몸이 먼저 안다. 신발을 꿰고, 복도를 반쯤 뛰다시피 걸으면서 이미 머릿속으로는 준비할 것들이 지나간다.
낮의 계획된 수술과 새벽의 응급은 공기가 다르다.
낮에는 산모가 걸어 들어오고, 우리는 웃으며 이름을 묻고, 천천히 마취를 준비한다. 그런데 새벽 응급은 다르다. 무언가—태아 심장 박동이 떨어졌거나, 예상 못 한 일이 생겼거나—그 '무언가' 때문에 우리는 시간과 다툰다. 몇 분이 길게 느껴진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몇 분 사이에 텅 비었던 수술실이 순식간에 사람으로 채워진다는 거다. 방금 전까지 각자 다른 곳에 있던 마취과, 집도의, 소아과, 간호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든다. 조명이 켜지고, 기계가 깨어나고, 파란 소독포가 펼쳐진다. 십 분 전만 해도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지금은 한 산모와 한 아기를 위해 한 팀이 되어 있다.
💬 “새벽에 응급 호출을 받고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였던 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긴장감 속에서 준비를 마치고 아기의 힘찬 울음소리가 들리던 순간, 수술실 안에 있던 모두가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응급 산모는 대개 겁에 질려 있다.
준비할 새도 없이 실려 들어와, 상황도 잘 모른 채 눈만 크게 뜨고 있다. 그럴 때 나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그러나 빠르게 곁을 지킨다. "괜찮아요, 금방 아기 만나실 거예요." 사실 이 말은 산모에게 하는 말이면서,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도 긴장하니까. 표정 없이 손을 움직이고 있어도, 속으로는 다 같이 그 한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소리가 난다. 새벽의 정적을 깨고, "응애—."
그 순간만큼은 낮이든 새벽이든 똑같다. 팽팽하던 방 안의 공기가 한꺼번에 풀리고, 누군가는 짧게 숨을 내쉰다. 창밖은 아직 캄캄한데, 방 안에는 막 하나의 아침이 시작된 셈이다.
💬 “새벽 응급수술은 늘 긴장감이 감돌지만, 아기의 첫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그 긴장이 한순간에 풀리곤 합니다. 수술이 끝난 뒤 산모님이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조용히 건네신 한마디는, 시간이 지나도 오래 기억에 남는 말이었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산모가 회복실로 옮겨지면, 나는 뒷정리를 하며 잠깐 창밖을 본다. 어느새 하늘이 희끄무레 밝아온다. 몸은 녹초가 됐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개운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예비 엄마가 있다면, 이것 하나만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당신이 언제 병원에 오든—한낮이든, 모두가 잠든 새벽이든—당신 한 사람을 위해 몇 분 만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러니 만약 예정에 없던 응급 상황이 오더라도, 너무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늘 깨어 있고, 늘 준비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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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수술실에서 일한 경험을 담은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의학적 진단·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 글쓴이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 12년차 수술실·산부인과 간호사 (정식 간호사 면허 소지)
수술실에서 12년, 지금은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고 겪은 정보를 나눕니다. 모든 의학 정보는 여러 차례 교차검증해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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