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 이야기

모두가 떠난 수술실에서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2026. 7. 7. 23:45

수술실에서 가장 조용한 시간은, 아기의  울음이 터진 다음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사람과 소리로 가득했다. 기계음, 짧은 지시, 그리고  모든  뚫고 나온 "응애—". 산모는 회복실로, 아기는 신생아실로 옮겨지고, 의료진도 하나둘 다음 일정으로 흩어진다. 그렇게  빠져나가고 나면, 마지막으로 방을 정리하는  대개  같은 간호사다.


  수술실은 이상하게 크게 느껴진다.

조명을 조금 낮추고, 쓰던 기구들을 정리하고, 바닥을 치우고, 다음 수술을 위해 방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손은 익숙하게 움직이는데, 마음은 방금 지나간 그 짧은 순간에 자꾸 머문다. 조금 전 이 자리에서 한 사람이 엄마가 되었고, 한 생명이 세상에 처음 나왔다는 것. 그게 매번 새삼스럽다.

12년을 일했는데도, 그렇다.

💬 "수술이 끝난  기구를 하나씩 정리하다 문득 분만실 쪽에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에 잠시 손을 멈춘 적이 있어요. 하루에도 여러  반복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하루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순간만큼은  마음이 조금 뭉클해집니다."


사람들은 수술실을 무섭고 차가운 곳으로 안다. 사실 맞다. 서늘하고, 조명은 하얗고, 낯선 기계가 가득하니까.

그런데 그 차가운 방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의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이 지나간다. 겁에 질려 들어온 산모가 아기 울음소리에 눈물을 쏟고, 표정 없이 손을 움직이던 우리도 그 소리에 매번 목이 멘다. 그 온도차가, 나는 이 일의 가장 신기하고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리를 마치고 불을 끄기 전, 나는 가끔   수술대를    본다.

조금  이곳을 지나간 산모가, 지금쯤 회복실에서 아기를 만났을까.  생각을 하면 고단했던 하루가 조금 가벼워진다. 아무도 보지 않는  정리의 시간이, 사실은 내가  일을  하는지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 "힘든 순간도 많지만,  생명이 세상에 처음 오는 가장 소중한 순간을 함께할  있다는 것.   가지 이유만으로도 저는 오늘도  일을 계속합니다."


혹시 제왕절개를 앞두고  글을 읽는 예비 엄마가 있다면, 이것만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당신이 수술실 문을 나선 뒤에도,  방엔 당신과 아기가 무사한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는 사람이 있다. 당신의 이름을, 당신 아기의  울음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사람이. 수술실은 차갑지만,  안에서 당신을 지킨 마음은 결코 차갑지 않았다는 걸.


📎 함께 읽으면 좋아요: 수술실 문 앞에서, 산모들의 표정, 새벽 세 시에 걸려오는 전화, 회복실에서, 마취가 깨어나던 그 순간

📌 다음 글: 세상에서 처음, 아기를 안는 손 — 엄마보다 먼저 아기를 받아 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구독하고 놓치지 마세요! 출산 그날까지 같이 준비해요 🤍

⚠️ 이 글은 수술실에서 일한 경험을 담은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의학적 진단·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 글쓴이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 12년차 수술실·산부인과 간호사 (정식 간호사 면허 소지)
수술실에서 12년, 지금은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고 겪은 정보를 나눕니다. 모든 의학 정보는 여러 차례 교차검증해 작성합니다.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소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