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 이야기

세상에서 처음, 아기를 안는 손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2026. 7. 8. 22:33

세상에 갓 나온 아기를 가장 먼저 안는 사람은, 사실 엄마가 아닐 때가 많다.

제왕절개 수술에서 아기가 배 밖으로 나오면, 그 작고 미끄러운 몸을 받아 안는 건 대개 나 같은 간호사의 손이다. 엄마는 파란 수술포 너머에 누워 아직 아기를 보지 못했고, 아빠는 그 곁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그 짧은 순간, 아기와 세상 사이엔 내 두 손이 있다.

 

 

받아 안은 아기는 따뜻하고, 축축하고, 아직 조금 파랗다.

얼른 마른 포로 몸을 감싸고, 등을 부드럽게 문지른다. 코와 입을 살피고, 숨을 쉬는지, 팔다리에 힘이 도는지 살핀다. 이 몇 초는 언제나 길게 느껴진다. 그러다 아기가 얼굴을 찡그리며 "응애—" 하고 첫 숨을 터뜨리면, 그제야 나도 참았던 숨을 함께 내쉰다. 파랗던 몸에 발그레한 핏기가 돌기 시작한다.

방금 이 아이는, 내 손 위에서 세상의 첫 공기를 마셨다.

💬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아기가 태어난 뒤 첫 울음이 나오기 전, 그 짧은 몇 초예요. 수술실은 잠시 숨을 죽인 듯 조용해지고, 모두의 시선이 아기에게 향합니다. 그리고 힘찬 첫 울음이 들리는 순간, 그제야 마음속으로 ‘다행이다’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 몇 초는 아무리 많은 출산을 함께해도 늘 특별하게 남습니다.”

 

 

12년을 일하면서, 내 손을 거쳐 간 아기가 몇 명일까. 세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수천 명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아이들 중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자기가 세상에 나온 그 순간, 누가 자기를 처음 안았는지, 누가 등을 문질러 숨을 틔웠는지, 아무도 모른 채 자란다. 나 역시 그 아이들의 이름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 짧은 만남이, 나에게는 조금도 가볍지 않다.

 

 

가끔 길에서 아기 손을 잡고 걷는 엄마를 보면, 문득 생각한다. 저 아이도 누군가의 손 위에서 처음 숨을 쉬었겠지. 그 손도, 지금의 나처럼, 그 몇 초를 잊지 못하겠지.

기억되지 않아도 괜찮은 일이 있다. 아니, 어쩌면 기억되지 않기 때문에 더 순수한 마음으로 하게 되는 일이 있다. 나에게는 아기를 처음 안는 그 순간이 그렇다.

💬 “누군가는 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엄마와 아기가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그 하루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면, 그걸로 이 일을 하는 보람은 충분합니다.”

 

 

혹시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가 이 글을 읽는다면, 이것 하나는 알아줬으면 좋겠다.

당신이 아기를 처음 품에 안기 그 몇 초 전에, 당신 아기를 먼저 안아 따뜻하게 감싸고, 첫 숨을 확인하고, 무사하다는 걸 온 마음으로 기뻐한 사람이 있다. 당신도 아기도 영영 기억하지 못할 그 손이,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당신 아기 편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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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수술실에서 일한 경험을 담은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의학적 진단·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 글쓴이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 12년차 수술실·산부인과 간호사 (정식 간호사 면허 소지)
수술실에서 12년, 지금은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고 겪은 정보를 나눕니다. 모든 의학 정보는 여러 차례 교차검증해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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