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 흐르던 노래

사람들은 수술실이 조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차가운 금속, 하얀 불빛, 기계음. 영화에서 본 그런 장면. 물론 그런 것도 있다. 그런데 의외로, 수술실엔 음악이 흐를 때가 많다.
작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어떤 날은 잔잔한 발라드, 어떤 날은 낡은 라디오에서 나올 법한 옛날 가요. 수술을 준비하는 동안, 사람들은 그 노래를 배경으로 각자의 일을 한다. 기구를 세고, 장비를 맞추고, 짧은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좀 낯설었다. 이렇게 긴장되는 곳에서 음악이라니.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그 노래가 이 방을 조금 더 사람 사는 곳처럼 만들어 준다는 걸.
수술대에 누운 산모는 대개 긴장으로 굳어 있다. 낯선 천장, 처음 보는 사람들, 알 수 없는 기계 소리. 그럴 때 흐르는 익숙한 멜로디 하나가, 이상하게도 사람의 어깨를 풀어 준다.
"어, 이 노래 저 좋아하는 건데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산모를 여러 번 봤다. 그 한마디에 방 안의 공기가 조금 부드러워진다. 우리는 잠깐 웃고, 그 사이 수술은 차분히 시작된다.
💬 “수술실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던 날, 긴장하던 산모님께 ‘좋아하는 노래세요?’ 하고 여쭤봤더니 ‘아기가 태어나면 꼭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예요.’라고 웃으시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날은 음악도, 첫 울음도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가장 신기한 건, 아기가 세상에 나오는 그 순간에도 노래는 계속 흐른다는 거다.
첫 울음소리. "응애—" 하는 그 작은 소리가 방을 가득 채우는 순간에도, 스피커에선 아무 일 없다는 듯 노래가 이어진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유행가일 그 노래가, 어떤 아기에겐 세상에서 처음 들은 음악이 되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조금 뭉클하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처음, 가장 특별한 순간이 그렇게 평범한 노래 한 자락과 함께 시작된다는 게.
수술이 끝나고 뒷정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노래도 끝나 있다. 다음 곡이 흐르거나, 혹은 정적만 남거나.
나는 가끔 그 산모와 아기가 나중에 그 노래를 다시 듣게 될까 궁금해진다. 물론 그들은 그날 어떤 노래가 흘렀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정신없고 떨리는 순간이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안다. 그 차갑다는 방 안에도,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는 걸. 사람의 온기가, 그렇게 소리로 남아 있었다는 걸.
💬 “수술실에 흐르는 음악은 긴장을 지우기 위한 배경음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소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글은 수술실에서 일한 제 경험을 담은 이야기예요. 상황은 병원·환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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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 12년차 수술실·산부인과 간호사 (정식 간호사 면허 소지)
수술실에서 12년, 지금은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고 겪은 정보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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