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안 느껴져요 — 척추마취가 퍼지던 그 몇 분의 시간

"다리가… 다리가 안 느껴져요."
수술이 시작되기 전, 나는 이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척추마취가 막 퍼지기 시작한 산모들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하는 말.
제왕절개는 대부분 부분마취로 한다. 산모는 깨어 있고, 아기가 나오는 순간을 소리로 함께 맞는다. 좋은 방식이지만, 딱 하나 낯선 게 있다. 자기 몸의 절반이, 서서히 사라지는 감각.
마취약이 들어가면 처음엔 다리가 따뜻해진다. 그다음 무거워지고, 저릿해지고, 이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멀어진다. 분명 거기 있는데 만져도 남의 살 같은 느낌. 처음 겪는 사람에겐 그게 꽤 무섭다.
"제 다리가 없어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산모의 손을 나는 잡는다. 그리고 말한다. "정상이에요. 마취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에요. 곧 아기 만날 거예요. 저 여기 있어요."
이상하게도, 감각이 사라진 몸에서도 잡은 손의 온기만은 또렷이 느껴진다고들 한다. 다리는 남의 것 같은데, 누군가 잡아준 손은 분명히 느껴진다고.
마취는 통증을 지운다. 그런데 두려움까지 지우지는 못한다. 그 두려움을 덜어주는 건 약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나는 그 순간마다 배운다.
💬 “마취가 퍼지는 느낌에 긴장해 제 손을 꼭 잡으시던 산모님이 계셨어요.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짧은 한마디에 저도 더 조심스럽고 따뜻한 마음으로 수술을 준비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가림막이 올라가고, 수술이 시작된다. 산모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천장만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나는 그 곁에서 낮게 말을 건넨다.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조금 있으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 거라고.
그 몇 분이, 산모에겐 아마 가장 길게 느껴질 것이다. 몸의 절반이 사라진 채로,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자기 아기가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그러다 "응애—" 하는 첫 울음이 방을 채우면, 그제야 산모의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진다. 다리는 여전히 느껴지지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온몸으로 운다.
나는 안다. 마취로 무뎌진 그 몸도, 아기 울음 앞에선 하나도 무뎌지지 않는다는 걸. 감각이 사라진 그 몇 분 동안에도, 엄마의 마음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또렷하게 깨어 있었다는 걸.
💬 “아기의 첫 울음을 듣고 눈물을 흘리시던 산모님을 볼 때마다, 저도 그 순간만큼은 이 일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한 가족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됩니다.”
이 글은 수술실에서 일한 제 경험을 담은 이야기예요. 상황은 병원·환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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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 12년차 수술실·산부인과 간호사 (정식 간호사 면허 소지)
수술실에서 12년, 지금은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고 겪은 정보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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