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밖, 남편이 기다리는 자리

수술실 안에서는 시간이 아주 빠르게 간다. 할 일이 계속 있으니까.
그런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에서는 그 시간이 아주 느리게 간다는 걸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수술실 문 밖 복도에는 의자가 몇 개 놓여 있다.
제왕절개가 시작되면 그 자리에 남편이 앉는다. 대개는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앉았다 일어나 서성이고, 창밖을 봤다가, 다시 문을 본다. 어떤 사람은 휴대폰만 계속 들여다보는데, 실은 아무것도 안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화면이 꺼져 있는데도 계속 보고 있으니까.
우리 병원은 수술실 안에 보호자가 함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그 사람은, 아내가 문 안으로 들어간 순간부터 혼자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하나도 모른 채로.
안에서는 아기가 먼저 나온다.
"응애—" 하는 소리가 터지고, 방 안이 잠깐 환해지고, 아기를 확인하고 감싸고 나면 신생아팀이 아기를 데리고 먼저 나간다. 그 문이 열릴 때, 복도에 있던 남편은 벌떡 일어난다.
자기 아기를 세상에서 처음 보는 순간이다. 대부분 그 자리에 굳어서 아무 말도 못 한다.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하고, 만져도 되냐고 눈으로 묻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다음에 하는 말은 거의 똑같다.
"아내는요? 아내는 괜찮아요?"
💬 아기를 보자마자 아내부터 찾는 아빠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놓여요. 그 한마디에 이 부부가 어떻게 지내왔는지가 다 담겨 있는 것 같아서요.
수술이 마무리되고, 나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간다.
그 몇 걸음이 나에게는 일상이지만, 기다리던 사람에게는 아니라는 걸 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복도의 모든 얼굴이 한꺼번에 이쪽을 본다.
"산모님 잘 계세요. 아기도 건강해요."
그 한 문장이면 된다. 긴 설명도, 어려운 말도 필요 없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람들의 어깨가 눈에 띄게 내려간다. 어떤 남편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뱉고, 어떤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다가 눈이 붉어진다.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수술은 우리가 했는데, 고맙다는 말은 늘 그 복도에서 듣는다.
💬 "고생하셨습니다" 한마디에 눈물부터 쏟으신 남편분이 있었어요. 밖에서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랬을까 싶어서, 그 뒤로는 나가서 전할 때 한 박자 더 천천히 말하게 됐어요.
수술실 안에서는 내가 산모의 손을 잡는다. 무섭지 않게, 혼자가 아니게.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밖에서 혼자 견디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이 일을 오래 하고서야 제대로 알게 됐다.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문만 보고 있어야 하는 자리. 어쩌면 그 자리도 못지않게 외롭다.
혹시 제왕절개를 앞두고 있다면,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도 들려줬으면 좋겠다.
문이 닫히는 순간 두 사람은 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순간을 함께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안에서는 아내가, 밖에서는 남편이, 그 첫 울음 하나를.
그리고 그 문은 반드시 다시 열린다. 우리가 열고 나가서, 두 사람 다 무사하다고 말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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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수술실에서 일한 경험을 담은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보호자 동반 여부 등은 병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 글쓴이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 12년차 수술실·산부인과 간호사 (정식 간호사 면허 소지)
수술실에서 12년, 지금은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고 겪은 정보를 나눕니다. 모든 의학 정보는 여러 차례 교차검증해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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