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 이야기

수술실 문 앞에서, 산모들은 대체로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2026. 7. 4. 00:28

수술실 문은 자동문인데도, 열릴 때마다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진다.

그 문이 열리고 이동식 침대가 미끄러져 들어올 때, 나는 기계나 차트보다 산모의 얼굴을 먼저 본다. 몇 년을 봐도 그 표정은 늘 비슷하다. 애써 괜찮은 척하려다 만, 눈만 유독 크게 뜬 얼굴. 천장을 향해 누워 눈동자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 눈.

"많이 춥죠?" 내가 먼저 말을 건넨다. 대개는 대답 대신 고개만 작게 끄덕인다.

수술실이 추운 건 사실이다. 감염을 막으려 온도를 낮게 유지하니까. 그런데 산모들이 덜덜 떠는 이유의 절반은 추위가 아니라는 걸, 나는 안다. 마취 때문이기도 하고, 무서워서이기도 하다. 곧 배를 열어 아기를 만난다는 일이, 기쁘면서도 무섭지 않을 리가 없다.

 

 

수술대는 생각보다 좁다.

산모를 옮겨 눕히고, 양팔을 십자가처럼 벌려 고정하고 나면, 사람은 누구나 조금 더 무력해진다. 움직일 수 없다는 감각. 그 위로 천장의 커다란 무영등이 켜지고, 소독을 마친 파란 수술포가 가슴께에서 시야를 딱 가르고 나면  이제 산모는 자기 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없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게 산모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지점이다. 아프진 않은데, 뭔가 당기고 눌리는 느낌은 나고, 그런데 눈으로는 확인할 수가 없다. 그 막막함 앞에서 사람은 작아진다.

💬 “‘죄송한데… 이게 정상이에요?’ 하고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하시던 산모님이 계셨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걱정되니까 물어보시는 거잖아요. 궁금한 건 몇 번이든 괜찮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그 한마디에 안도하며 웃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나는, 가림막 너머에서 의료진의 손이 바빠지는 동안, 산모 머리맡 그 조용한 자리에 앉는다.

거기서는 수술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산모의 얼굴이 보인다. 나는 손을 잡는다. 별말은 하지 않는다. "잘하고 있어요", "조금만 있으면 아기 만나요"  그 정도. 사실 이 순간 필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라는 걸 오래 일하며 배웠다.

당기는 느낌이 커지고, 묵직하던 배가 어느 순간 쑥 가벼워진다. 그리고 곧, 그 소리가 난다.

"응애—."

몇 번을 들어도 그 첫 울음은 매번 처음 같다. 수술포 너머가 순식간에 분주해지고, 조금 전까지 겁에 질려 있던 산모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아직 아기를 보지도 못했는데, 울음소리 하나에 그렇게 운다. 손에 힘이 들어온다. 나도 매번, 목 언저리가 뜨거워진다.

💬 “아기의 첫 울음소리가 들리자 긴장으로 굳어 있던 산모님이 눈물을 흘리며 ‘잘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말씀하시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수술실에서 여러 번 듣는 울음소리지만, 그 순간만큼은 언제나 특별합니다.”

 

 

수술실은 차갑고, 조용하고, 낯선 곳이다. 처음 들어오는 산모에게는 무섭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파란 수술포 이쪽에서 당신 얼굴을 보며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이 있다. 겉으로는 표정 없이 기계를 살피고 있어도, 사실은 당신만큼이나 그 첫 울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혹시 제왕절개를 앞두고 있다면, 그 문 앞에서 너무 혼자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이 닫혀도, 곁에는 늘 누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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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수술실에서 일한 경험을 담은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의학적 진단·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 글쓴이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 12년차 수술실·산부인과 간호사 (정식 간호사 면허 소지)
수술실에서 12년, 지금은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고 겪은 정보를 나눕니다. 모든 의학 정보는 여러 차례 교차검증해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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