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한 장의 온기

수술실에서 산모가 가장 먼저 하는 말은, 거의 언제나 이거다.
"너무 추워요."
수술실이 추운 데는 이유가 있다. 균이 자라기 어렵게, 기계들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우리는 가운을 겹쳐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견딜 만하지만, 수술포 하나만 덮고 누운 사람에게는 다르다.
게다가 마취가 들어가면 몸이 스스로 체온을 지키는 힘이 떨어진다. 그래서 산모들은 이가 부딪히도록 떤다. 추워서 떨고, 무서워서 떨고, 그 둘이 섞여서 더 떤다.
그래서 우리는 산모가 들어오기 전에 담요부터 데운다.
수술실 한쪽에는 담요를 데워두는 보온장이 있다.
문을 열면 훅 하고 더운 김이 올라온다. 그 안에서 담요를 한 장 꺼내 안으면, 잠깐이지만 내 팔도 따뜻해진다. 그걸 안고 수술대로 걸어가는 그 몇 걸음을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덜덜 떨고 있는 산모의 어깨부터 발끝까지 덮어준다. 그때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똑같다. 잠깐 숨을 멈췄다가, 길게 "아—" 하고 뱉는다. 굳어 있던 어깨가 눈에 띄게 내려간다.
거창한 처치도 아니고, 값비싼 약도 아닌데. 담요 한 장이 그렇게 한다.
💬 따뜻한 담요를 덮어드리면 "감사합니다" 하며 울컥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아마 추워서가 아니라, 누가 나를 챙겨주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일 거예요.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게 있다.
우리가 하는 일 중에 산모가 기억하는 건, 정작 대단한 게 아니라는 것. 무슨 약을 썼는지, 어떤 기구를 썼는지, 수술이 몇 분 걸렸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담요는 기억한다. 손을 잡아준 건 기억한다. "잘하고 계세요" 하던 목소리는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담요를 덮어드릴 때, 그냥 던지듯 펼치지 않으려 한다.
어깨까지 올려 덮고, 팔 옆으로 밀어 넣고, 발이 나오지 않게 한 번 더 여며준다. 몇 초 더 걸리는 일이지만, 그 몇 초가 그 사람에게는 "누군가 나를 챙기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는 걸 아니까.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옮겨질 때도 마찬가지다. 마취가 깨면서 또 오슬오슬 떨기 시작하는 몸 위에, 새로 데운 담요를 한 장 더 덮어드린다.
💬 신규 때는 처치가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래 하다 보니 담요 한 장 여며드리는 그 몇 초가 뭘 하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혹시 제왕절개를 앞두고 있다면, 수술실이 춥다는 이야기에 너무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춥긴 추울 것이다. 떨릴 것이고, 그게 추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본인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그 방에는, 당신이 들어오기 전부터 담요를 데워두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 서늘한 온도는 당신을 지키려고 맞춰둔 것이고, 그 위에 덮이는 따뜻함은 당신을 위해 준비해둔 것이다.
차가운 방에서 가장 먼저 건네지는 것이 온기라는 게, 나는 이 일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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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수술실에서 일한 경험을 담은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병원마다 환경과 절차는 다를 수 있습니다.
✍️ 글쓴이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 12년차 수술실·산부인과 간호사 (정식 간호사 면허 소지)
수술실에서 12년, 지금은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고 겪은 정보를 나눕니다. 모든 의학 정보는 여러 차례 교차검증해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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