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 이야기

수술실에 흐르던 노래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2026. 7. 11. 00:11

사람들은 수술실이 조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차가운 금속, 하얀 불빛, 기계음. 영화에서  그런 장면. 물론 그런 것도 있다. 그런데 의외로, 수술실엔 음악이 흐를 때가 많다.

작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어떤 날은 잔잔한 발라드, 어떤 날은 낡은 라디오에서 나올 법한 옛날 가요. 수술을 준비하는 동안, 사람들은  노래를 배경으로 각자의 일을 한다. 기구를 세고, 장비를 맞추고, 짧은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낯설었다. 이렇게 긴장되는 곳에서 음악이라니.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노래가  방을 조금  사람 사는 곳처럼 만들어 준다는 걸.


수술대에 누운 산모는 대개 긴장으로 굳어 있다. 낯선 천장, 처음 보는 사람들,   없는 기계 소리. 그럴  흐르는 익숙한 멜로디 하나가, 이상하게도 사람의 어깨를 풀어 준다.

"어,  노래  좋아하는 건데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산모를 여러  봤다.  한마디에  안의 공기가 조금 부드러워진다. 우리는 잠깐 웃고,  사이 수술은 차분히 시작된다.

💬 "수술실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던 날, 긴장하던 산모님께 '좋아하는 노래세요?' 하고 여쭤봤더니 '아기가 태어나면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예요.'라고 웃으시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날은 음악도,  울음도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가장 신기한 건, 아기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에도 노래는 계속 흐른다는 거다.

 울음소리. "응애—" 하는  작은 소리가 방을 가득 채우는 순간에도, 스피커에선 아무  없다는  노래가 이어진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유행가일  노래가, 어떤 아기에겐 세상에서 처음 들은 음악이 되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조금 뭉클하다.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처음, 가장 특별한 순간이 그렇게 평범한 노래  자락과 함께 시작된다는 게.


수술이 끝나고 뒷정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노래도 끝나 있다. 다음 곡이 흐르거나, 혹은 정적만 남거나.

나는 가끔  산모와 아기가 나중에  노래를 다시 듣게 될까 궁금해진다. 물론 그들은 그날 어떤 노래가 흘렀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정신없고 떨리는 순간이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안다.  차갑다는  안에도,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는 걸. 사람의 온기가, 그렇게 소리로 남아 있었다는 걸.

💬 "수술실에 흐르는 음악은 긴장을 지우기 위한 배경음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소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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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은 수술실에서 일한 경험을 담은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의학적 진단·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상황은 병원·환자마다 다를  있습니다.


✍️ 글쓴이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 12년차 수술실·산부인과 간호사 (정식 간호사 면허 소지)
수술실에서 12년, 지금은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고 겪은 정보를 나눕니다. 모든 의학 정보는 여러 차례 교차검증해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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