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 이야기

수술실 밖, 남편이 기다리는 자리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2026. 7. 21. 21:56

수술실 안에서는 시간이 아주 빠르게 간다.  일이 계속 있으니까.

그런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에서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간다는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수술실   복도에는 의자가   놓여 있다.

제왕절개가 시작되면  자리에 남편이 앉는다. 대개는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앉았다 일어나 서성이고, 창밖을 봤다가, 다시 문을 본다. 어떤 사람은 휴대폰만 계속 들여다보는데, 실은 아무것도  보고 있다는    있다. 화면이 꺼져 있는데도 계속 보고 있으니까.

우리 병원은 수술실 안에 보호자가 함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사람은, 아내가  안으로 들어간 순간부터 혼자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하나도 모른 채로.


안에서는 아기가 먼저 나온다.

"응애—" 하는 소리가 터지고,  안이 잠깐 환해지고, 아기를 확인하고 감싸고 나면 신생아팀이 아기를 데리고 먼저 나간다.  문이 열릴 때, 복도에 있던 남편은 벌떡 일어난다.

자기 아기를 세상에서 처음 보는 순간이다. 대부분  자리에 굳어서 아무 말도  한다.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하고, 만져도 되냐고 눈으로 묻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음에 하는 말은 거의 똑같다.

"아내는요? 아내는 괜찮아요?"

💬 아기를 보자마자 아내부터 찾는 아빠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놓여요.  한마디에  부부가 어떻게 지내왔는지가  담겨 있는  같아서요.


수술이 마무리되고, 나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간다.

  걸음이 나에게는 일상이지만, 기다리던 사람에게는 아니라는  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복도의 모든 얼굴이 한꺼번에 이쪽을 본다.

"산모님  계세요. 아기도 건강해요."

  문장이면 된다.  설명도, 어려운 말도 필요 없다.  말을 듣는 순간 사람들의 어깨가 눈에 띄게 내려간다. 어떤 남편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뱉고, 어떤 사람은 아무  없이 고개만 끄덕이다가 눈이 붉어진다. "감사합니다"를  번이나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수술은 우리가 했는데, 고맙다는 말은   복도에서 듣는다.

💬 "고생하셨습니다" 한마디에 눈물부터 쏟으신 남편분이 있었어요. 밖에서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랬을까 싶어서,  뒤로는 나가서 전할   박자  천천히 말하게 됐어요.


수술실 안에서는 내가 산모의 손을 잡는다. 무섭지 않게, 혼자가 아니게.

그런데  시간 동안 밖에서 혼자 견디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일을 오래 하고서야 제대로 알게 됐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그저 문만 보고 있어야 하는 자리. 어쩌면  자리도 못지않게 외롭다.


혹시 제왕절개를 앞두고 있다면,  이야기를 남편에게도 들려줬으면 좋겠다.

문이 닫히는 순간  사람은 떨어지는  같지만, 사실은 같은 순간을 함께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안에서는 아내가, 밖에서는 남편이,   울음 하나를.

그리고  문은 반드시 다시 열린다. 우리가 열고 나가서,  사람  무사하다고 말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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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은 수술실에서 일한 경험을 담은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보호자 동반 여부 등은 병원마다 다를  있습니다.


✍️ 글쓴이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 12년차 수술실·산부인과 간호사 (정식 간호사 면허 소지)
수술실에서 12년, 지금은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고 겪은 정보를 나눕니다. 모든 의학 정보는 여러 차례 교차검증해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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