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수술실 문으로 들어올 때, 방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다.그런데 그 '준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정작 산모가 보지 못한다. 문이 열리기 훨씬 전, 아무도 없는 수술실에서 나는 혼자 손을 씻고 있기 때문이다.수술 전 손 씻기는 생각보다 길다. 비누를 묻히고, 손톱 밑을 솔로 훑고, 손끝을 위로 든 채 팔꿈치까지 물을 흘려보낸다. 몇 분씩. 처음 이 일을 배울 때는 이 시간이 지루했다. 지금은 아니다. 이 몇 분이,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됐다.물소리만 나는 그 사이에, 나는 오늘 들어올 산모를 생각한다. 이름과 나이, 몇 번째 아기인지, 무엇을 걱정하고 있을지. 아직 얼굴도 못 봤지만, 이미 그 사람을 위한 준비가 내 손끝에서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손을 다 씻고 나면,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