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하루 2

산모가 들어오기 전, 나는 손을 씻는다

산모가 수술실 문으로 들어올 때, 방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다.그런데 그 '준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정작 산모가 보지 못한다. 문이 열리기 훨씬 전, 아무도 없는 수술실에서 나는 혼자 손을 씻고 있기 때문이다.수술 전 손 씻기는 생각보다 길다. 비누를 묻히고, 손톱 밑을 솔로 훑고, 손끝을 위로 든 채 팔꿈치까지 물을 흘려보낸다. 몇 분씩. 처음 이 일을 배울 때는 이 시간이 지루했다. 지금은 아니다. 이 몇 분이,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됐다.물소리만 나는 그 사이에, 나는 오늘 들어올 산모를 생각한다. 이름과 나이, 몇 번째 아기인지, 무엇을 걱정하고 있을지. 아직 얼굴도 못 봤지만, 이미 그 사람을 위한 준비가 내 손끝에서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손을 다 씻고 나면, 이제 ..

수술방 이야기 2026.07.09

모두가 떠난 수술실에서

수술실에서 가장 조용한 시간은, 아기의 첫 울음이 터진 다음이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사람과 소리로 가득했다. 기계음, 짧은 지시, 그리고 그 모든 걸 뚫고 나온 "응애—". 산모는 회복실로, 아기는 신생아실로 옮겨지고, 의료진도 하나둘 다음 일정으로 흩어진다. 그렇게 다 빠져나가고 나면, 마지막으로 방을 정리하는 건 대개 나 같은 간호사다.텅 빈 수술실은 이상하게 크게 느껴진다.조명을 조금 낮추고, 쓰던 기구들을 정리하고, 바닥을 치우고, 다음 수술을 위해 방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손은 익숙하게 움직이는데, 마음은 방금 지나간 그 짧은 순간에 자꾸 머문다. 조금 전 이 자리에서 한 사람이 엄마가 되었고, 한 생명이 세상에 처음 나왔다는 것. 그게 매번 새삼스럽다.12년을 일했는데도, 그렇다.💬 ..

수술방 이야기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