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 이야기

우리가 아이를 구하면,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 —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을 시작했어요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2026. 8. 6. 01:07

며칠 전, 작은 상자 하나가 집에 도착했어요. 갈색 종이 박스에 빨간 띠,  위에 적힌 글자를 보고 잠깐 멈칫했어요. 신생아 살리기.

매일  생명이 우는 소리를 듣는 사람에게,   글자는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얼마  세이브더칠드런에 후원을 시작하고 받은,  인사 같은 상자였거든요.

 

 

상자 안에 담겨 있던 

상자를 열자 은빛 팔찌 하나가 들어 있었어요. '라이프 팔찌', 그리고 반지 하나엔 'SAVE RING'. 안내 카드를 읽다가 마음이 뭉클했어요.  반지의 곡선이 그냥 디자인이 아니라 신생아의 건강한 심장 박동,  심전도 그래프를 본떠 만든 이라고요. 우리가 함께 지킬 아이들의 생명을, 손목과 손가락에 새겨  기억하라는 뜻이었어요.

의료용 소재라 목욕할 때도, 씻을 때도 그냥 차고 있어도 된대요. 그래서 저는 이걸 매일 차고 있어요. 무겁지 않은데, 이상하게 자꾸 들여다보게 돼요.

 

 

카드 몇 장도 함께 있었어요. 생계 지원을 받은 볼리비아 아이, 새로 지어진 교실에서 연필을 쥔 네팔 아이, 폐렴을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아 활짝 웃는 우간다 아이. 사진 속 아이들의 눈을 한참 봤어요. 내가 매일 받아 안는 아기들과 똑같이, 그저 잘 자라고 싶었을 뿐인 얼굴들이었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이 어떤 곳이냐면

함께 온 안내 책자를 읽으며, 제가 후원을 시작한 이곳을 좀 더 알게 됐어요.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시작된, 세계 최초의 아동 구호 단체예요. 설립자 에글렌타인 젭은 1923년, 아동의 생존·보호·발달·참여라는 네 가지 권리를 처음으로 문서에 담은 '아동권리선언'을 썼어요. 아이를 그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주체적인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믿음. 그게 10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이곳의 뿌리였어요.

그들이 내건 한 문장이 오래 남았어요.

우리가 아이를 구하면,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

 

제가 시작한 후원은 그중에서도 '세이브 원 라이프' — 병원에서의 안전한 출산을 도와 신생아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에요.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 그 순간을 곁에서 지켜온 사람으로서, 어떤 아기는 그 첫 순간조차 안전하게 맞지 못한다는 게 늘 마음에 걸렸거든요. 내가 매일 당연하게 여기던 '안전한 탄생'이, 누군가에겐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

 

 

비우니, 오히려 채워지더라고요

솔직히 큰돈은 아니에요. 한 달에 커피 몇 잔 값. 처음엔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조금 비우고 나누니 오히려 제 마음 한켠이 데워졌어요. 매일 생명을 보면서도 무뎌지던 어떤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어요.

책자를 보니 후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회계 감사까지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내 작은 마음이 새어나가지 않고 정말 아이에게 가 닿는다는 것. 그게 계속할 용기를 줬어요.

💬곧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고 생각하니, 세상 모든 아이가 눈에 밟혔다. 내 아이가 받을 사랑을, 이름도 모르는 저 먼 아이에게도 조금 나누고 싶었다. 손목의 이 팔찌가 그 마음을 매일 붙들어 준다. 큰돈은 아니지만, 매달 이 후원이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준다고 믿는다. 팔찌를 찰 때마다 다짐한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가진 것을 조금은 흘려보내며 살자고.

 

 

손목의 이 작은 팔찌를 볼 때마다, 저는 매일 수술방에서 하던 그 인사를 떠올려요. 잘 왔어. 환영해. 그 인사를 조금 더 멀리 있는 아이에게도 건네고 싶었을 뿐이에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마음이 움직이는 분이 계신다면, 각자의 방식으로 아주 작게 시작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비우는 게 곧 채워지는 거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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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담은 이야기예요. 특정 단체의 후원을 권유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그저 제 마음을 나누고 싶어 적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련 정보는 후원 시 받은 공식 안내 자료를 바탕으로 했어요.)


✍️ 글쓴이 · 곁에있는간호사 지니 | 12년차 수술실·산부인과 간호사 (정식 간호사 면허 소지)
수술실에서 12년, 지금은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고 겪은 정보를 나눕니다. 모든 의학 정보는 여러 차례 교차검증해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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