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있는간호사 3

수술실 밖, 남편이 기다리는 자리

수술실 안에서는 시간이 아주 빠르게 간다. 할 일이 계속 있으니까.그런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에서는 그 시간이 아주 느리게 간다는 걸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수술실 문 밖 복도에는 의자가 몇 개 놓여 있다.제왕절개가 시작되면 그 자리에 남편이 앉는다. 대개는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앉았다 일어나 서성이고, 창밖을 봤다가, 다시 문을 본다. 어떤 사람은 휴대폰만 계속 들여다보는데, 실은 아무것도 안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화면이 꺼져 있는데도 계속 보고 있으니까.우리 병원은 수술실 안에 보호자가 함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그 사람은, 아내가 문 안으로 들어간 순간부터 혼자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하나도 모른 채로.안에서는 아기가 먼저 나온다."응애—" 하는 소리가 터지고, 방 안..

수술방 이야기 2026.07.21

수술실에 흐르던 노래

사람들은 수술실이 조용할 거라고 생각한다.차가운 금속, 하얀 불빛, 기계음. 영화에서 본 그런 장면. 물론 그런 것도 있다. 그런데 의외로, 수술실엔 음악이 흐를 때가 많다.작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어떤 날은 잔잔한 발라드, 어떤 날은 낡은 라디오에서 나올 법한 옛날 가요. 수술을 준비하는 동안, 사람들은 그 노래를 배경으로 각자의 일을 한다. 기구를 세고, 장비를 맞추고, 짧은 농담을 주고받으면서.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좀 낯설었다. 이렇게 긴장되는 곳에서 음악이라니.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그 노래가 이 방을 조금 더 사람 사는 곳처럼 만들어 준다는 걸.수술대에 누운 산모는 대개 긴장으로 굳어 있다. 낯선 천장, 처음 보는 사람들, 알 수 없는 기계 소리. 그럴 때 흐르는 익..

수술방 이야기 2026.07.11

수술실 문 앞에서, 산모들은 대체로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수술실 문은 자동문인데도, 열릴 때마다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진다.그 문이 열리고 이동식 침대가 미끄러져 들어올 때, 나는 기계나 차트보다 산모의 얼굴을 먼저 본다. 몇 년을 봐도 그 표정은 늘 비슷하다. 애써 괜찮은 척하려다 만, 눈만 유독 크게 뜬 얼굴. 천장을 향해 누워 눈동자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 눈."많이 춥죠?" 내가 먼저 말을 건넨다. 대개는 대답 대신 고개만 작게 끄덕인다.수술실이 추운 건 사실이다. 감염을 막으려 온도를 낮게 유지하니까. 그런데 산모들이 덜덜 떠는 이유의 절반은 추위가 아니라는 걸, 나는 안다. 마취 때문이기도 하고, 무서워서이기도 하다. 곧 배를 열어 아기를 만난다는 일이, 기쁘면서도 무섭지 않을 리가 없다.수술대는 생각보다 좁다.산모를 옮겨 눕히고, 양팔을 십자가처럼 ..

수술방 이야기 2026.07.04